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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지식

전문가칼럼

두바이를 관광하는 한국 여성은 히잡을 써야 할까?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4-01-16 00:00
  • 조회132
  • 수집일해당 지원사업은 2024-01-15 15:03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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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에서 거주하면서 받는 대표적인 질문 중 하나는 "한국 여성이 이슬람 국가에 놀러 갔을 때 여성복인 히잡(Ḥijāb)을 써야 하나?"다. 히잡은 전신 의복이 아닌, 얼굴 일부와 머리만을 둘러싸는 형태로 두르는 천이다. 그 뜻은 '가리다', '막다' 또는 '분리하다'로, 가리개나 스크린을 의미하는 아랍어 단어에서 유래됐다.

한 아랍인 부부가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두바이 내 쇼핑몰 안을 걷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 아랍인 부부가 전통 복장을 입은 채 두바이 내 쇼핑몰 안을 걷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1. 히잡의 기원과 역사
사실 히잡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중동의 토착 풍습 가운데 하나였다. 중동의 뜨거운 햇볕과 모래바람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이 지역 유목민들은 머리에 두건을 썼다. 머리에 썼던 베일은 자연과 기후 조건에서 보호받기 위한 자발적인 발명품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약 3,000년 전 수메르인들이 고대 국가의 형태를 처음으로 세웠다고 알려진 가운데, 도시 국가의 발전과 함께 나타난 군사적 중요성은 남성의 사회적 우위를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전통적인 가족 구조가 자리 잡으면서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는 위치에 놓이게 됐다.

아시리아에서 시작된 베일 착용은 그리스와 로마, 유대교, 비잔틴에까지 영향을 미쳐 중동 지역의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히잡 착용의 관습은 이슬람 이전 시대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은 < 꾸란 > 에 의해서다.

"믿는 여성들에게 일러 가로되, 그녀들의 시선을 낮추고 순결을 지키며, 밖으로 드러내는 것 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 되느니라. 그리고 가슴을 가리는 머릿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녀의 아버지와 남편의 아버지와 그녀의 아들과 남편의 아들과 그녀의 형제와 그녀 형제의 아들과 그녀 자매의 아들과 여성 무슬림과 그녀가 소유하고 있는 하녀와 성욕을 갖지 못한 하인과 그리고 성에 대한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외에는 드러내지 않도록 하라." - 제24장 < 빛의 장 > 제31절

구절을 보면 '유혹하는 것'과 가슴이라고 언급되었을 뿐 무슬림 여성이 가려야 할 신체 부위는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가려야 할 부위는 역사가 흐르면서 이슬람 법학자들의 해석에 따라 결정됐다. 이슬람 초기에 히잡 착용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상업을 통해 막강한 부를 축적한 무슬림들이 유입된 공동체에서는 상류층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이슬람 율법에 따라 히잡을 쓰기 시작했고, 그들에게 동화되고자 했던 피지배 계층 여성들에게까지 히잡이 확산되면서 점차 퍼져 나갔다.

초기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의 의복은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의 표시물이었다. 비잔틴과 사산 제국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전통적으로 머리를 덮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이마를 드러내놓는 스타일을 선호하는 등 가지각색이었다.

2. 히잡의 정치화와 히잡 반대 시위
그러다 19세기에 접어들며 식민주의의 영향과 함께 서구 문화의 침투가 늘어나면서 히잡 착용에 일부 변화가 나타난다. 식민화된 지역에서는 히잡을 둘러싼 관행과 규제가 완화되거나 변형되기도 했으나, 많은 이슬람 사회에서는 히잡을 문화적 저항과 정체성 유지의 수단으로 강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대표적 예로 근대화와 서구화를 지향했던 이란 팔레비 왕조(1925~1979)는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근대화에 장애가 된다고 믿었다. 심지어 1934년에는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이슬람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1979년 호메이니가 일으킨 이슬람 혁명으로 귀결됐다. 이슬람 회귀를 주장하며 권력을 잡은 정권이기 때문에 그들은 이슬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그들의 정치 이념과 성과를 효과적으로 선전해 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는데 그 수단 중 하나가 히잡이었다.

혁명 후 이란에서는 여성들에게 히잡 착용을 법적으로 의무화했고, 이는 여성의 권리와 사회적 역할에 관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이러한 강압정책은 이란 시민들의 오랫동안 불만을 가져왔고 결국 2022년 이란에서는 대규모 히잡 반대 시위가 일어났다. 시위 중 이란 젊은이 500여 명이 사망하고 2만여 명이 체포됐으며, 10대와 20대 젊은 세대가 주축이 된 시위는 국제사회로 퍼지며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지금도 히잡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다양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이슬람 문화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관광객의 히잡 착용은 매우 자유롭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관광객의 히잡 착용은 매우 자유롭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3. 아랍에미리트 내 히잡 가이드라인
아랍에미리트는 여성의 히잡 착용 여부가 매우 자유로운 곳이다. 한국 여성 관광객이라면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도 무방하며 이에 대해 눈치를 주거나 그런 것도 없다. 모스크 같은 종교 시설을 방문할 때만 히잡을 착용하면 된다.

한 번은 아랍에미리트에 거주하는 한 현지 여성에게 히잡 착용과 관련해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밖에 나갈 때 검은 옷만 입고 나가면 그래도 조금은 불편하지 않냐, 가끔씩은 예쁜 옷들도 마음껏 입고 싶지 않냐는 것이었는데, 이 여성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글쎄요, 전 이렇게 우리의 전통 복장을 입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타인과 저를 구별시킬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무슬림으로서 그리고 전통을 중시하는 한 개인으로서 이렇게 입고 다니는 것이 좋아요. 별로 불편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이는 서구에서 말하는 '여성 인권의 억압으로서의 히잡' 인식으로만 익숙해져 있던 통신원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줬다. 외국인 비율이 90%에 육박하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여성 무슬림 정체성을 확인시켜주는 자랑스러운 수단이라는 뜻이다.

관광객이라면 방문 국가의 문화를 미리 파악하고 존중하며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이슬람 유적이나 장소는 특별히 더 보수적인 복장 규범이 적용되므로 방문 전 해당 장소의 규칙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대체로 관광객들에게는 너그러운 태도가 적용되나, 현지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불쾌감을 주거나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중동 지역을 관광할 때 아랍에미리트와 같이 히잡을 확실히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아니라면, 헷갈릴 때는 보수적인 가치를 존중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 역사교육자협의회 (2004) 『세계사밖의 세계사 아랍편』 비안
  • - 앨버트 후라니 (2010) 『아랍인의 역사』 심산

통신원 정보

  • • 성명 : 원요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랍에미리트/두바이 통신원]
  • • 약력 :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 현) A320 항공기 조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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