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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해석
분류 일반 등록기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게재일 2016-07-22 00:00 조회 5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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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해석

 

안태환
부산외대 중남미지역원 HK교수

 

차베스 혁명 전 1989년의 “카라카소” 폭력 시위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일반 대중이 ‘먹고 살기 힘든’ 위기를 맞았기 때문에 발생됐다.

 

그런데 2016년 현재 베네수엘라에서는 심각한 경제 위기가 진행되고 있으며 그 위기는 2015년 12월 6일 총선에서 야당(MUD)이 승리하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2016년 2월,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 증가율은 세계에서 제일 높은 140%를 기록했다. 더불어 베네수엘라의 재정적자는 5년 연속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고, 원유 가격은 75% 하락했으며, 국제적인 기준의 국가 투자 위험 지수도 세계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다. 2015년 3분기 기준, 베네수엘라의 국내 총생산은 -7.1%이고 외환보유고도 매우 낮다. 특히 식품, 의약품 등 기본 생필품의 공급 부족이 문제이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볼리바르화가 현실 시장과 달리 정부에 의해 지나치게 고평가된 공식 환율로 인한 기만적 수입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의약품 수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03년에 비해 2013년과 2014년 의약품의 수입물량은 87%가 줄었는데 의약품 수입금액(FOB 기준)은 약 10배나 높아졌다는 점이다. 2003년에 수입 의약품이 1kg당 2달러였다면, 2014년에는 86달러였다. 수입 대금의 명목으로 엄청난 양의 외환이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상식적으로 환율이 낮아지면 수입 가격이 떨어지고 수입이 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수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심각한 공급부족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있다. 인보이스 가격 과다 산정, 실제로 수입이 이루어지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 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가장 큰 문제는 이중 환율 제도이다. 예를 들어, 콜롬비아 국경 근처의 암시장에서 달러를 팔게 되면 15,773%의 이익을 보게 된다고 한다. 의약품 다국적기업만이 이런 공식 환율의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을 고위 관료의 ‘부정부패’로 해석하는 전문가가 있다. 롤란 데니스는 “2014년 이후 독점적인 다국적 기업이 금융부문, 부패한 관료의 협력 하에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가로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2014년 이후 원유 가격이 하락했는데 이에 대해서는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과 산유국들 사이의 가격담합의 실패 등이 원인으로 꼽았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야당은 MUD인데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협력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물론 UD의 목적은 마두로 정부의 퇴진이다. 이를 위해 의회의 역할이 중요한데 2015년 12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함으로써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마두로 정부가 퇴진하게 되면 과도정부를 구성해야 하는데 이에 참여할 주요 세력으로 기업인, 교회 고위층, 노조, 시민단체, 대학 등이 고려되고 있다.

 

차베스 혁명의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주의의 맥락과 거리가 있다. 왜냐하면 차베스 혁명이 출현하게 된 정치, 경제적 맥락은 마르크스의 『자본론』의 잉여가치론에 의한 노동자 착취의 시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베스 혁명의 맥락과 동기는 두 가지인데 그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가 몰고 온 세계체제의 양극화 심화에 대한 반헤게모니적 운동이다. 이를 위해 라틴아메리카 통합(ALBA, UNASUR, CELAC 등 국제단체)을 통해 신자유주의가 가지는 위계서열적 차별성인 식민성을 극복하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사회적 양극화와 베네수엘라 대중의 생존권 파괴에 대한 반대이다. 이러한 목표와 더불어 혁명의 주제들은 비민주주의적이고 폭력적 수단에 의존했던 20세기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당, 국가와 자본에 대항하여 대중(비공식 노동자를 포함한)을 주체로 하여 ‘집단적 또는 사회적 인간개발’을 통해 마르크스의 또 다른 이론적 유토피아였던 코믠주의적 실험(주민평의회, 노동자 공동경영, 코믠공동체, 조합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실험의 특징은 대중 조직의 자율성을 매우 중시한다는 점이다. 2005년 1월의 차베스의 세계사회포럼의 선언에서도 이런 의미의 ‘인간’ 중시 사상을 뚜렷하게 밝혔다. 혁명의 주체들은 이런 이상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자본주의와 대의 민주주의를 넘어서려는 것이다. 혁명의 목적은 당장 마르크스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본주의 종식을 지향하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21세기 사회주의’는 엘리트가 주도하는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 양자를 점진적으로 거부하려는 것이고 그 핵심적 수단은 대중의 ‘자기 통치’의 실험이다.

 

베네수엘라는 일반적 부르주아 자본주의 국가가 아니라 원유를 매개로 하여 ‘국가자본주의’적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어떻게 보면 이미 사회주의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 소련과 달리 경제 구조적으로 원유 외에 농업, 제조업 모두 경쟁력이 없고 거의 수입에만 의존해왔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를 ‘채굴 경제’(extractivismo)라고 하는데 과거와 달리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 등의 새로운 좌파 정부들의 경제 정책의 논리와 실천을 “진보적인 신 채굴 경제”라고 부른다. 국유화를 통해 국가의 역할을 과거보다 더욱 증대시키고 가난과의 투쟁에 채굴 수익을 투입한다. 이런 국가 모델을 “보상 국가”(Estado compensador)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채굴 경제 모델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를 전제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차베스의 담론은 반신자유주의, 반자본주의적 흐름을 가졌고 생산 방식에서도 노동자 공동 경영 등 대안을 찾았다. 그리고 ALBA, UNASUR 등 대안적 지역 통합도 추진했다. 그러나 현재, 이 모델은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불황과 중국의 저성장 기조로 인해 한계에 부딪혔다. 그렇다면 차베스 혁명은 단지 “자선에 그치고 진정한 사회 정책을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일까?” 그렇게까지 해석할 수는 없다고 본다. 무엇보다 주민평의회 등 대중권력의 강화와 코믠 공동체 등 다양한 대안적 실험을 통해 진정한 사회정책을 실험했다고 본다. 그런데 베네수엘라가 가지는 사회 경제적 취약점은 페루, 에콰도르, 볼리비아 등과 달리 베네수엘라에서는 농업이 붕괴되어 있고 원주민(농민)의 사회적 발언권도 약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채굴로 인한 환경 피해에 대해 베네수엘라에서는 사회적 저항이 거의 없다. 가끔 원주민의 학살이 이루어져도 거의 뉴스가 되지 않는다.

 

차베스 혁명이 아무리 헤게모니를 국내에서 오랫동안 가져왔지만, 채굴 경제의 수익을 창출하는 원천은 해외에 있는데 해외의 변화를 차베스 정부는 통제할 수 없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는 항상 경제 상황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앞의 의약품 수입의 사례를 보면, 다국적기업과 연관된 차베스-마두로 정부 고위 관료의 부패 또는 무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여기서 무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차베스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차베스 정부는 다양한 주요 사업에 석유공사(PDVSA)를 통해 원유 수입의 상당 부분을 기층 대중에게 투입하는 전략뿐만 아니라 의약품 생산 국영회사를 설립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의약품 생산 국영회사를 설립하는 대신 차베스 정부는 특별 우대 환율의 외환을 수입업자들에게 제공하였다. 특히 차베스 정부의 무능을 드러내는 사건 중 하나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최대 규모의 외환 도피가 행해졌다는 점이다. 그 메커니즘은 앞서 지적한 이해할 수 없는 방식의 수입과 함께 공공 외채 증권을 이용한 금융 투기를 통해서였다. 또한 원유 가격이 고공 행진을 할 때 국내 저축이 너무 취약했다는 점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베네수엘라 경제가 어려울 때 IMF는 외채 상환을 강조하여 경제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경제가 어려울 때 IMF는 베네수엘라의 경제 성장을 자극하는 방향 정책을 펼쳤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경기의 흐름과 반대되는 정책을 집행했다. 정부 관료들의 거시 경제정책의 무능이 드러나는 것이다. 차베스 정부의 실책이 누적된 결과 현재의 마두로 정부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다. 단지 마두로의 리더십의 문제로만 해석하는 것은 구조를 무시하는 해석이다. 이런 경제 상황에서도 정부는 수입한 휘발유를 지나치게 낮은 가격으로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고 공공 서비스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리고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가 강제로 가격을 통제하고 있고 그리하여 그나마 있던 생필품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결국, 차베스 혁명은 모든 혁명이 그렇듯이 광범한 대중을 잘살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리하여 그동안 담론을 떠나 현실적으로 원유 수입을 이용한 다양한 사회 정책을 펼쳤지만, 고용의 증대나 산업 생산의 다양화 등 경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그동안 위기를 맞을 때마다 차베스는 국민투표를 통해 위기를 돌파해왔지만 2012년 이후에 이러한 정치적 자신감이 흔들리다가 2014년 이후 마두로 정부는 국민투표와 같은 위기 돌파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문제의 핵심은 정책 결정권을 가진 정부의 고위직을 포함한 좌파 지도부가 일반 대중보다 더 후진적이고 정책적 오류가 많았다는 점이다. 정책의 혼란을 키우고 효율성을 낮춘 이유 중의 하나는 포퓰리즘과 연동되어 좌파 전반의 분위기가 ‘반지식인 주의’의 성향을 가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에드가 란데르가 지적한 대로 베네수엘라는 깊은 수준의 연구 분석과 집단토론을 거치며 비판적 의견을 수렴하는 민주주의적 문화와 거리가 멀었다. 란데르는, 차베스 혁명이 ‘권위주의적’으로 변질된 것과 관련하여, “2010년 9월의 총선에서 실질적 패배 이후 2010년 12월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새로운 수권법의 통과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그때부터 의회 권력이 약화되고 정치적 논쟁과 공공영역의 축소를 가져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은 2013년 차베스가 사망하기 전부터, 또는 2014년 원유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베네수엘라 정치 지형은 이미 ‘비판과 토론’을 중시하는 ‘민주주의적’ 방식이 아니지 않았냐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모든 급진적 혁명의 숙명(?)일 수도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현실 수준에서 경제 정책이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체계의 작동 메커니즘이 매우 복잡함을 인식해야 했다. 그러나 담론과 이데올로기 위주의 정치 지형에서 이런 세심한 메커니즘을 잘 운용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반드시 경제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비판과 토론이 필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열린’ 형식의 정치가 자리 잡을 수 없었다. 이 같은 혁명의 목표와 현실 정책 수단 사이의 비효율적인 맥락은 베네수엘라 국립 센트럴 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들의 전반적인 반 차베스 흐름과도 연관이 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창의적인 21세기 사회주의 담론을 내세우기에는 차베스와 마두로 정부는 준비가 부족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상적인 담론 구성 자체가 치밀하지 못했거나 혹은 차베스가 생존 시 계속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우왕좌왕했는지도 모른다.

 

 


[참고문헌]
- Denis, Roland(2015), "Roland Denis: "Chavez didn't dare to do what he had to    between 2002 and 2003“,
http://venezuelanalysis.com/print/11414.
- Gudynas, Eduardo(2012), “Estado compensador y nuevos extractivismos", Nueva  Sociedad, no. 237.
- Lander, Edgardo(2011), "Interview: The path for Venezuela can not be neoliberalism or stalinism",
http://venezuelanalysis.com/print/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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