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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문화정책/이슈] 필리핀 스타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한류 스타들?
  • 분야 일반
  •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 게재일2022-11-30 00:00
  • 조회41
  • 수집일해당 지원사업은 2022-11-29 15:03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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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필리핀에서 한류 스타들의 얼굴을 찾아보는 것은 매우 쉬운 일이 됐다. 벤치(BENCH)와 펜숍(PENSHOPPE) 등 의류 브랜드를 비롯해 글로브(GLOBE)와 스마트(SMART) 통신사까지 앞다투어 자사의 홍모 모델로 한국인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라자다(LAZADA)와 쇼피(Shopee)와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한류 스타들이 브랜드 앰버서더로 활동 중이다. 'Feed Your Seoul(아얄라 쇼핑몰에서 진행한 케이팝 행사)', 'Venice Hallyu Festival(베니스 쇼핑몰에서 진행한 한류 테마 행사)', 'BLINK FIESTA(블랙핑크 팬클럽 모임)', 'Korea Festival(주필리핀한국문화원에서 진행한 코리아 페스티벌)' 등 한류를 테마로 하는 행사도 그 어느 때보다 자주 열리고 있으며 이에 대한 참여 호응도도 매우 높은 편이다.

의류브랜드 벤치에서 한류 스타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 눈길을 끈다 - 통신원 촬영
< 의류브랜드 벤치에서 한류 스타의 이름을 한글로 표기한 것이 눈길을 끈다 - 통신원 촬영 >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8일 징고이 에스트라다(Jinggoy Estrada) 상원의원이 "한국 드라마의 상영을 금지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언을 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필리핀 영화발전위원회(FDCP)의 예산을 논의하는 상원 청문회 자리에서 징고이 에스트라다 상원의원이 "한국 드라마를 계속 보여주면 국민들이 한국 연예인을 지지하게 되고 필리핀의 예술가들은 일자리와 수입을 잃게 될 것이다."라며 한국 드라마(Koreanovela)를 비롯한 외국 작품에 대한 방영을 금지해야 한다는 논지의 이야기를 한 것이다.

에스트라다 상원의원의 발언이 큰 화제가 된 것은 그 자신이 영화배우로 수십 편의 영화에 출연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13대 필리핀 대통령이었던 조셉 에스트라다 전 필리핀 대통령의 아들로 아버지의 후광 덕분에 불과 29세 나이에 산후안 시티의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오랜 기간 정치권에서 일했으나 뇌물 수수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돼 자리에서 물러났다가 올해 선거에서 다시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아버지인 조셉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 역시 영화배우 출신으로 1950년대 중반부터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그 인기를 바탕으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올랐으나 부정부패, 공금 남용, 불법도박, 폭력 등의 혐의를 받아 2001년 2차 피플파워 혁명 이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펜숍은 블랙핑크 리사와 아스트로 차은우 등 다양한 한류 스타를 모델로 두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펜숍은 블랙핑크 리사와 아스트로 차은우 등 다양한 한류 스타를 모델로 두고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필리핀 현지 방송을 활성화하고 보호하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금지해야 한다는 에스트라다 상원의원의 발언은 필리핀 한류 팬들에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1980년대 필리핀의 극장가 주름잡던 영화배우였던 리처드 고메즈(Richard Gomez) 하원의원은 이미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활성화된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 등을 비롯한 외국 드라마의 상영을 금지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지적하며 국민이 무엇을 시청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보다는 필리핀의 드라마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한국 드라마를 금지하기보다는 예술 분야에 대한 적절한 투자와 경쟁력 있는 콘텐츠 생산으로 필리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국제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KPop을 금지하는 대신 KPop의 전략을 따라 하는 것은 어떠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비난의 여론이 거세지자 에스트라다 상원의원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자신의 발언이 한국 드라마를 금지하거나 한국 드라마의 성공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필리핀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더 지원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이야기라고 해명의 글을 올렸다. 정말 한국 드라마를 금지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답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한국 방송에 반대하지는 않는다."는 답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만으로는 거센 비난의 여론을 잠재울 수는 없었다.

의류 브랜드인 펜숍의 빌보드 광고 - 출처: 통신원 촬영
< 의류 브랜드인 펜숍의 빌보드 광고 - 출처: 통신원 촬영 >

그렇다면 이에 대해 필리핀의 스타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한류 때문에 필리핀 배우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적어도 필리핀의 유명 여배우인 마리토니 페르난데즈(Maritoni Fernandez)는 동의하지 않는 듯하다.

마리토니 페르난데즈는 1990년대부터 스무 편이 넘는 영화와 다양한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이다. 'Herb-All Organic Trading Corporation'이란 이름의 건강 보조 식품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이기도 하다. 올해 3월 마리토니 페르난데즈는 자신이 만든 건강 기능 식품 브랜드인 'IAM Worldwide'를 알기기 위해 배우 정호연을 글로벌 앰버서더로 위촉해 브랜드 홍보 활동을 했다. 필리핀인들 사이에서 한국인의 모습이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호연의 이미지가 필리핀의 MZ세대에게 브랜드를 알리는데 적합하다는 이유였다. 배우 정호연이 브랜드 홍보차 마닐라를 방문한 자리에서 마리토니 페르난데즈는 "에스트라다 상원의원의 발언은 그가 의도했던 것보다 많이 부풀진 것 같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 콘텐츠를 금지하는 것이 필리핀 배우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에스트라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자신의 뜻을 밝혔다.

마리토니 페르난데즈의 마닐라 메가몰 앞 옥외 광고물에서 배우 정호연의 얼굴을 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리토니 페르난데즈의 마닐라 메가몰 앞 옥외 광고물에서 배우 정호연의 얼굴을 볼 수 있다 - 출처: 통신원 촬영 >

마리토니 페르난데즈는 "한국인 엠버서더를 쓰는 것과 필리핀인 엠버서더를 쓰는 것에는 각각 다른 장점이 있다. 예를들어 필리핀인 엠버서더를 고용하면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내게 한국과 필리핀 콘텐츠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어느 것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참고자료

통신원 정보

  • • 성명 : 앤 킴(Anne Kim)[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필리핀/마닐라 통신원]
  • • 약력 : 프리렌서 작가, 필리핀 정보제공 블로그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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