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 지식라운지 > 전문가칼럼
지식라운지 - 전문가컬럼 상세 | 제목, 분류, 등록기관, 게재일, 조회, 첨부파일, 비고로 구분되는 표
제목 보파나 시청각자료센터를 아시나요?
분류 일반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재일 2019-07-30 00:00 조회 1292
첨부파일
비고 해당 콘텐츠는 2019-07-23 15:04 에 정보를 수집하였습니다.
변경사항이 있는지 해당 콘텐츠를 직접 확인시기 바랍니다.

 

캄보디아 영화산업의 어제와 오늘은 물론이고, 현대 예술, 문화, 공연 문화를 총집결한 곳이자, 젊은 영화학도들을 위한 시네마 천국

영화산업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캄보디아에도 아카데미 외국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이 있다. 캄보디아 출신 프랑스 감독 리티 판(Rithy Panh)이 만든 클레이 애니메이션 영화 미싱 픽처(issing Picture, 2014). 이 작품은 킬링필드 당시 감독 자신이 겪었던 비극적 가족사를 소재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 2013년 제6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았으며, 같은 해 부산영화제(BIFF)에서도 올해의 아시아감독상을 받는 등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66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받은 리티 판 감독의 클레이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미싱 픽쳐 포스터 - 출처 : 보파나시청각센터>

 

오늘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바로 이 영화를 만든 캄보디아 출신 영화 거장 리티 판 감독이 자신의 사재를 털어서 만든 보파나 시청각자료센터(Bophana Auditorial Source Center). 수도 프놈펜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 센터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이 나라 젊은 영화학도들 에게는 미래를 향한 한가닥 희망의 빛줄기와도 같은 곳이다. 또한 이곳은 캄보디아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역사에 관심을 가진 이 나라 지성인들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는 반드시 가 봐야 할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통신원이 방문한 이날도 푸른 눈의 서양인들과 일본인들 여럿이 소문을 듣고 이곳을 찾아와 서성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곳을 제대로 소개된 적이 없다. 게다가, 유감스럽게도 현지 교민들조차도 이곳을 아는 이가 별로 없다.

 

이 센터는 한 마디로, 이 나라 영화는 물론이고 미술, 음악 등 모든 문화를 총집결해놓은 캄보디아 문화산업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곳에 가면 캄보디아 영화산업의 어제와 오늘은 물론이고, 지난 1세기가 넘는 동안 캄보디아에서 만들어진 영화나 방송외 음악, 문화, 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희귀 자료들과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감상할 수 있다.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위치한 보나파 시청각센터 전경 출처 : 통신원 촬영>

 

19754월 프놈펨 함락 직후 캄보디아 문화유산을 송두리째 없애버린 크메르루즈 공산 게릴라 정권

지난 1975417일 친미정권이 떠난 뒤 프놈펜을 함락시켜버린 공산게릴라정권 크메르루즈는 백만명이 넘는 자국 지식인들 뿐만 아니라, 과거 자신들의 조상들이 만들어놓은 많은 유산들을 자본주의 잔재 청산이란 명분하에 모조리 없애버렸다. 이로 인해 크메르 황금시대로 불리던 5~60년대 제작된 자국 영화작품 필름들을 비롯해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영상자료들도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리티 판 감독이 자신의 자재까지 털어가며 이곳을 만든 건 바로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사라진 과거 영화필름과 각종 영상물, 사진 자료들을 전국을 돌며 찾아내 이를 디지털 복원작업을 통해 살려내는 일을 하고 있다. 그의 뜨거운 열정과 부단한 노력 덕분에 과거 90년간의 프랑스 식민지배 시절부터 크메르루즈 공산 정권을 거치면서 사라져 버렸던, 수많은 자국의 문화유산들이 극적으로 살아날 수 있었다.

 

사실, 그가 이 같은 일에 평생을 매진하게 된 것은 그의 불행했던 개인사와도 관련이 있음은 숨길 수 없다. 그 역시 킬링필드시대의 희생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부모와 형제를 모두 크메르루즈군의 손에 잃고, 혈혈단신 프랑스로 떠나, 고아로 성장, 훗날 영화감독이 되어 1990년대 후반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이 센터를 건립했다. 지금 그는 이 나라가 자랑하는 캄보디아 최고 영화감독이자, 이 나라 영화산업 재건과 부흥에 이바지한 문화 영웅이다. 그는 지난 2018년 미국 유명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킬링필드를 소재로 한 영화 '그들이 내 아버지를 죽였다‘(원제: First, They Killed My Father) 를 공동제작하기도 했다.

 


<보나파 시청각센터를 설립한 영화감독 리티 판 감독의 모습(2015년 촬영) - 출처 : 통신원 촬영>

 

그가 손수 설립한 보파나시청각센터는 입장료가 없다. 기부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누구나 방문이 가능하다. 입구로 연결된 1층에는 작은 규모의 상설 전시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들은 어떠한 장르의 구애도 받지 않는다. 주로 젊은 신진 미술작가들이나, 유명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연중 소개된다. 하지만, 이곳의 특성상 과거 캄보디아의 모습과 역사를 소재로 한 역사적 가치가 있는 사진작품들 과거 시대를 소재로 한 설치미술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때 마침 올해는 크메르루즈 공산 정권이 패망(197917일 베트남 침공으로 패망)한 지 50주년을 맞이한 해다. 이에 맞춰 이곳에선 킬링필드’(Killing Fields)를 소재로 다룬 기획 사진 작품전이 진행되고 있었다. 전시기획전 제목은 트랜스미션’. 리티 판 감독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 미션 픽쳐에 실제로 사용되었던 클레이 작품들이 전시장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고, 당시 사용되었던 낡고 오래된 그릇 등 생활 용폼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눈길을 끈 작품은 군복차림의 해골을 이미지화한 설치 미술작품이었다. 전쟁과 인간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미술에 조예가 없는 이들도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작품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은 영화감상실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후 5시에 영화나 다큐작품을 무료로 상영한다. 마침 이날은 앙코르시대(9세기~15세기), 롱웩과 우동 시대(16세기~19세기 중엽), 짜토목시대(19세기 후엽부터 이후 100년간)으로 대변되는 과거 프놈펜 시대로 이어진 지간 과거의 전통의상을 소재로 만든 다큐멘터리 작품이 1시간 가량 상영되고 있었다. 서양인 관객 20여명 사이에 끼어 영화를 감상했다. 이곳에선 2달 단위로 매주 방영될 영화나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한 소개가 올라가 있어 각자 취향이나 관심 분야에 맞는 영화나 다큐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프로제목은 보나파센터 홈페이지(www.bophana.org)를 통해 쉽게 검색할 수 있다.

 


<지난해 보파나시청각센터에서 직접 개발한 크메루르즈 역사 관련 무료 앱 홍보 스티커를 센터 직원이 손으로 들어 보이고 있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2층 공간은 한마디로 말해 각종 영상자료의 보고(寶庫)라고 할 수 있다. 20세기 초부터 100년의 시간을 아우르는 시대별 다양한 시청각 자료들이 구비되어 있다. 캄보디아 영화산업 중흥기이자 앙코르제국시대 이후 2의 크메르 황금시대(Golden Era)'로 불리던 1950~60년대 제작된 영화부터 방송뉴스, 라디오 녹음기록, 당시 시대상을 담은 다큐 영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료들이 총망라되어 있다. 그뿐 아니다. 이 곳 2층과 3층 일부 공간은 크메르루즈 시절 선전용 영화와 음악, 그리고 엄청난 양의 사진 자료들이 하누만이라 불리는 자체 운영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일반인들이 언제든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5~60년대 화려했던 프놈펜 시내의 모습과 발전상을 담은 흑백필름도 충분히 감상해볼 가치가 있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은, 직접 영화제작은 물론이고, 직접 출연도 마다하지 않던 영화광, 노로돔 시하누크 국왕이 만든 옛 작품들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참고로 시하누크 국왕은 국왕재임시절 무려 37편 이 넘는 영화를 직접 제작, 시나리오 제작에 주연까지 도맡았으며, 왕비는 물론이고, 현 국왕인 노로돔 시하모니 국왕도 아역으로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시킨 바 있다. 이처럼 자국의 영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 1997년 아카데미 심사위원회로부터 평생 공로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이곳에는 역사적으로 소장가치가 매우 높은 희귀사진들과 문서자료들도 많이 보관되어 있다. 그 가운데서도 서양 기자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1978년 말 크메르루주의 패망하기 직전, 최고 지도자 폴 포트와의 단독인터뷰에 성공한 미국기자 엘리자베스 베커(뉴욕 타임즈 기자, 2002년 풀리쳐상 수상, 크메르루즈 이야기를 정리한 책, ‘When the War Was Over ’저자)가 찍은 매우 희귀한 사진들은 이 센터가 자랑하는 최고의 소장품이다.

 

이 센터는 과거 영상물과 희귀 자료를 보관하는 박제된 공간만은 아니다. 생물처럼 살아 숨 쉬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곳에선 영화를 직접 제작하기도 한다. 리티 판 감독이 이곳에서 직접 만든 영화작품들은 그동안 선댄스 국제영화제 등은 물론이고 유수한 영화제에서 작품상 수상했다. 특히, 1970년대 크메르루즈 시절 정부주도로 저질러진 강제결혼을 소재로 삼은 영화 레드 웨딩(2012년 작)은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IDFA 국제 중·장편 다큐 영화제를 비롯한 크고 작은 여러 국제영화제에서 여러 차례 작품상을 수상, 국제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캄보디아 출신 프랑스 감독 리피 판 감독이 메가폰을 든 다큐멘터리 영화 '레드 웨딩(Red Wedding)'은 

크메르루즈 정권이 자행한 강제결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출처 : 보파나시청각센터 제공>

 

그뿐 아니다. 이곳은 영화감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는 시네마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젊은 영화학도들을 위한 영화교육은 물론이고 시나리오 작성 같은 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대학 가운데 영화관련 전공이 설치된 곳이 아직 단 한 곳도 없기에 이곳은 영화 지망생들에게 영화감독이란 미래의 꿈을 키울 수 있는 인큐베이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최신형 영화 장비를 대여하거나 제작과 관련된 대행서비스를 통해 센터의 운영관리비의 일부를 충당하고 있으며, 유럽의 독지가들과 NGO 단체도 이 센터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크메르루즈 정권과 과거 암울했던 역사의 기록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크메르와 영어, 프랑스어 버전으로 앱을 새로이 개발, 다양한 동영상 자료와 사진 자료들을 누구나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했다.

 


<크메르루즈 정권 이전 각종 희귀 영상 자료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을 위한 각종 미술작품 전시공간 및 공연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보파나 시청각센터

사진은 전쟁의 참혹함을 표현한 설치미술 작품 출처 : 통신원 촬영>

 

이곳에 보관 중인 자료들의 특징은 센터에서 직접 수집하거나 기부받은 자료들이 대부분이며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자료를 구입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한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은 기증자로부터 자료를 기부받으면 영화필름이나 음악은 모두 디지털화하여 영구보존이 가능하도록 기증자에게도 되돌려준다는 점이다. 이 센터 운영자인 리티 판 감독이 만든 수작들도 당연히 언제든지 감상할 수 있으며, 적은 비용으로 DVD 구입도 가능하다. 수익금 전액은 센터 운영비 및 독립 영화산업 지원과 육성을 위해 쓰인다.

 

과거 이 나라 사람들이 겪은 아픔과 전쟁의 잔혹함을 담은 영화들은 그동안 여럿 나왔다. 하지만, 롤랑 조페가 만든 영화 '킬링필드'를 비롯한 대부분의 영화들은 철저히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서구적인 입장과 시각에서만 바라본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때, 보다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킬링필드 시대를 이해하고, 아울러, 이 나라의 숨겨진 역사와 이 나라 국민들이 겪었던 아픔을 제대로 이해하기를 원한다면, 캄보디아 출신 리티 판 감독이 만든 크메르루즈, 킬링 머신, 또는 앞서 언급한 <미싱 픽쳐> 같은 다큐 영화들을 꼭 한번 감상할 것을 추천한다. 어찌 보면, 이것 또한 단순한 다큐 감상 수준을 넘엇, 수난과 치욕으로 점철되었던 과거 암울했던 우리 근대사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통신원 정보

  • • 성명 : 박정연[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캄보디아/프놈펜 통신원]
  • • 약력 : 현) 라이프 플라자 캄보디아 뉴스 매거진 편집장
게시물 검색
현재 페이지의 콘텐츠 안내 및 정보 제공에 만족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