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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터뷰] '한류'일까, '문화 외교술'일까?
분류 일반 등록기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게재일 2019-05-20 00:00 조회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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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라는 표현은 1990년대 후반, 한국 드라마와 대중가요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여 년의 시간 동안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해외 확산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어느 시점부터 자연스레 '한류'라는 용어가 문화 현상의 차원을 넘어 우리 문화를 '수출'한다는 국가 경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동시에 '문화 산업' 발전을 돕기 위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 아래, 한국 문화가 상품화되고 우리 문화상품을 '수출'한다는 개념이 정착되었다.

 

최근 한국 문화 산업의 발전과 한류의 확산 관련, 아르헨티나의 한국학자 마리아 델 필라르 알바레스(Maria del Pilar Alvarez)와 베로니카 페레스 타피(Veronica Perez Taffi)는 한국학중앙연구원과 살바도르 대학교의 지원사업 일환으로 한류일까, 문화 외교술일까 - 한국과 한국의 문화상품이란 제목의 연구서를 출간했다. 동 연구서에는 편집자들의 연구논문을 포함, 한국 문화와 예술 문제를 한국의 정치 및 국제관계 측면에서 연구한 논문 8편이 수록됐다. 아르헨티나 내 한국 관련 서적 출판은 드문 사례인데, '한류'에 중점을 둔 연구 서적은 더더욱이나 드문 사례다. 이에 통신원은 편집자들의 경력을 유심히 확인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리아 델 필라르 알바레스(이하 필라르) 교수는 GKS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총 6년 동안 한국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게다가 그는 현재 최근 연구를 통해 한국 영화에 나타난 한국의 현대사라든지, ‘위안부 피해 여성과 역사적 기억과 같은 주제들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통신원은 인터뷰를 요청했고, 이에 필라르 교수는 흔쾌히 응해주어 2시간 가량 심도 있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새로 출간된 연구집()'한국의 다큐멘터리에 나타난 한국의 탈식민주의와 역사적 기억'란 제목의 필라르 교수 개인연구서() 출처 : 통신원 촬영>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한국에서의 경험을 소개 부탁드립니다.

제 이름은 마리아 델 필라르 알바레스입니다. 현재 아르헨티나 국립 중앙 연구소(CONICET) 소속 연구원이며, 살바도르대학교와 국립 산마르틴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GKS 장학생으로 한국에 가게 됐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 내 유학생은 아시안이 대부분이었던 때라, 비아시아권 학생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또 당시는 아르헨티나의 한국에 대한 인지도가 현재보다 현저히 낮았던 때라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것이 새로웠죠. 그래도 대부분 한국인들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고 다정다감했습니다. 일을 시작하면서 언어장벽이나 또 한국직장 내에서의 한계를 실감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론 굉장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그때는 2000년대 후반이었는데, 한국에도 슬슬 외국인들의 존재감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을 때였습니다. 예능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 처음 방영된 이후, 많은 인기를 얻기도 했던 때입니다.

 

 


<마리아 델 필라르 알바레스교수 출처 : 본인 제공>

 

최근 저술한 연구서는 한류를 외교전략또는 문화정책으로 보고 연구한 내용인가요?

, 맞아요. 물론 첫 파트는 한국 대중문화가 발전하게 된 시점을 민정 등장 이후로 보고 그에 관련된 연구를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실었고요. 두 번째 파트에서는 본격적으로 한류, 한국의 문화 산업 수출 현상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처음에 한류가 ‘K-Pop’ 또는 드라마에 국한된 현상이라 간주했었는데, 그러다가 문득 한국 정부가 K-푸드, K-뷰티 등 한국 상품을 접한 경험까지 포함해 한류로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그때 한류의 의미는 확장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동시에 한류에 개입하는 행위자도 다양화되었다는 것을 인지했고요. 처음에는 유튜브 채널이나 팬들 사이에 존재하는 팬 페이지를 통해서 한류가 확산됐다면, 이제는 한국문화원이 생기는 등 한류의 확산 형태가 다양화되고 그만큼 전략도 달라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실질적으로 아르헨티나 내 한류, 한국 문화에 대한 현지인들의 인식이 바뀌었나요?

아르헨티나에는 2000년대 말까지만 해도 들어오는 정보가 적어선지, 아시아에 대해, 특히 일본문화에 대해 일종의 페티쉬 같은 게 있었어요. 또 일반 대중들은 동양 미술에 대해 막연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긴 했지만 케이팝은 듣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조사를 하다 보니, 한국의 독립영화를 즐겨보는 마니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2010년대 초반에야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아르헨티나에는 조금 늦게, 2013~2014년쯤에나 케이팝이 사회 내에서 존재감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동양문화나 사람들에 대한 구분이 별로 없었고 관심도 적었거든요.

 

그러다가 아주 짧은 시간 동안에 아르헨티나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존재감이 커졌습니다. 미디어, 이민, 정치, 모든 부분에서 중국이 매일매일 일상에 나타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에 대한 관심도 커지는 결과를 초래했어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긍정적인 의미에서요. “중국이랑 한국이랑 일본은 뭐가 다를까?”라는 질문이 생겼고 호기심도 많아졌죠. 이건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였어요. 아르헨티나는 독특한 점이 있는 나라에요. 땅도 매우 크고, 무엇보다 이민 국가이기 때문에 사람들도 문화도 매우 다양해요. 최근 들어 케이팝이 아르헨티나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사실 한 참 전에 칠레나 페루, 멕시코 쪽에서 한국 드라마가 성공 한 것에 비하면 굉장히 늦은 편이죠. 심지어 아르헨티나에는 2015년쯤 천국의 계단이 TV 프로그램으로 방영됐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요.

 

사실상 유럽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경우 케이팝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좀 다른 것들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많아요.(통신원 주: 1900년대 초 유럽계 후손들이 정착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인구와 1980년대 이후 아르헨티나의 지방과 인근 국가 페루, 볼리비아, 파라과이 등지에서 이민 온 자들의 후손들은 인종적, 문화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물론 현재의 케이팝 붐이 일어난 이유는 미국에서 방탄소년단이 인기를 얻게 되면서, 또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전반적 호기심 때문에 인지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습니다만, 여전히 아르헨티나 대중은 양극화된 측면이 있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한류를 외교술로 표현하셨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의 빠른 경제발전을 상징하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말 대신, '한류'라는 단어가 한국의 공공외교부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전 한국문화원장과도 인터뷰를 했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문화원이 2006년에 개원한 이후, 실제로 한국 문화를 보여주고, 나누고 경험할 수 있는 물리적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프로그램하는 존재가 있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확장된 개념의 공공 외교정책으로 봤을 때요. 초기에는 제 연구주제가 정치, 국제관계학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문화 현상으로 생각했던 한류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지만, 한류가 한국 정부,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고, 국가적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한류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한류를 한국의 문화외교정책으로 간주하고 연구를 시작했고요.

 

공공외교와 소프트 외교의 채널로서 한류의 전망은 어떤가요?

아까 말했던 것처럼, 한류가 외교의 수단이라면 아주 영리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르헨티나는 현재 아시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화원에서는 아르헨티나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지 인사를 채용하거나, 현지 조사를 좀 더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국과 아르헨티나 두 국가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주도로 한류 관련 정책과 프로그램, 가이드 라인이 만들어지겠지만, 현지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조율하고, 현지화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합니다. 모든 국가에서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한류를 전파할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중국 및 일본문화라 하면, 보통 전통문화를 떠올립니다. 반면, 한국은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인식되는데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어떤가요?

한류의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 질문하게 돼요. , ‘한류의 효과가 잘 조사되는가도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르헨티나 대중은 매우 양극화되어 있어요. 가끔 한국문화원 주관 행사에 참가하거나, 운영 방식을 보다 보면, 동 쟁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통신원 주 :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TV 방송의 경우, 지난 20년간 그 질이 많이 저하되어 고등교육을 받았거나 식자층은 아예 TV를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대중문화=현지문화라 단순화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대중문화는 한 개가 아니라, 다양할 수 있어요. 왜냐면 여러 부류의 대중이 있기 때문이에요.

 

한류의 목적이 케이팝의 상업적 가치 상승인지, 아니면 문화전파인지, 아직까지 저도 명확하게 판단이 안 돼서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만, 과거에 아르헨티나에서 한국 관련 방송이 송출될 때, 해당 매체나 출연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이 경우, 콘텐츠를 알기도 전에 소식이 전달된 매체 때문에, 또 특정 인물 때문에 한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더군요. 아르헨티나 내에서도 이미 너무나 상업적인 방송이거나, 검증된 프로그램이 아닌 경우, 이런 매체를 통해 소개되는 한국 문화, 또는 한류는 의도와는 달리 부정적인 인식이 공고화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대학생이나 연구원들은 한국에 관한 이미지를 케이팝으로만 바라보는 현상을 한국학의 스펙트럼을 한정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필라르 교수와의 인터뷰는 중남미에서는 가장 화두인 '아르헨티나 내 한국학 동향'에 관련된 내용으로 계속 이어졌다. 이 내용은 다음 리포트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통신원 정보

  • • 성명 : 이정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 통신원]
  • • 약력 : 현) 부에노스아이레스대학교 사회과학부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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